아직 2022년이 시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 상반기 최고 작품이라 감히 뽑을 수 있을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애덤 매케이 감독의 돈룩업입니다. 혜성 충돌을 인한 소동을 다룬 돈룩업은 미국 사회를 과감하게 꼬집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오늘은 돈룩업의 리뷰를 전달합니다.
웃음 뒤에 묵직한 한방
돈룩업을 보기 전에 이 영화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가 어떤 감독인지 알면 더 돈룩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애덤 메케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SNL 작가 출신인 미국의 영화 감독입니다. SNL은 코미디에 사회 풍자를 곁들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애덤 메케이는 SNL 시절의 풍자를 자신의 영화에도 그대로 표현합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인 빅 쇼트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얻게 된 애덤 메케이는 돈룩업으로 다시 한번 SNL 시절의 장기를 표출했습니다. 빅 쇼트 때부터 애덤 매케이는 진지하고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우습게 포장하는 연출을 즐겨 사용했는데 돈룩업은 그 연출이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룩업의 플롯은 단순합니다. 천문학과 박사과정인 케이트와 담당 교수인 랜들 박사가 혜성 하나가 지구로 다가오며 6개월 뒤에 충돌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구 충돌을 막기 위해 백악관에 보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이 단순한 플롯에 온갖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며 현대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지만 한국인의 관점에서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랜들 박사와 케이트가 대통령에게 혜성 충돌을 보고하는 장면에서 비서실장이 랜들 박사의 학교가 명문 대학이 아니라며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이 봐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지구 충돌과 인류 멸망이라는 인류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 모든 문제를 정치적,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와 정계의 모습은 미국인이 아니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된 돈룩업을 보면서 중반까지는 웃음을 짓다가 최악으로 치닫는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 속 상황이 코미디가 아니라 꽤 현실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오싹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혜성 충돌이라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는 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눈과 귀가 즐거운 연기 장인들의 퍼포먼스
영화 돈룩업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 좀 한다 하는 배우들이 나왔습니다. 랜들 박사 역으로 나온 레오나드도 디카프리오에 케이트 역은 제니퍼 로렌스가 나왔고 대통령 역할은 메릴 스트립입니다. 대통령 아들 역할도 조나 힐이 참여했고 데일리 립 여자 진행자로 케이트 블란쳇까지.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 애덤 매케이 감독이 던지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는 차치하고 배우들의 연기만 즐겨도 재밌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장면은 랜들과 케이트가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과 랜들과 케이트가 데일리 립에 출연하는 장면입니다.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조나 힐이 한 자리에서 주고 받는 대화의 향연은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한 순간도 지루한 틈 없이 몰아치는 4명의 배우들의 합은 다시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렌들과 케이트가 데일리 립에 출연하는 장면에서도 디카프리오는 디카프리오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긴장한 랜들 박사를 훌륭하게 연기하고 케이트 블란쳇은 메릴 스트립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랜들 민디 박사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잔뜩 긴장하고 움츠러든 랜들 민디 박사를 연기하는 모습이 사실적이고 몰입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유명세를 얻게 된 이후 여유로운 모습과 후반부에 프로젝트가 최악으로 흘러가자 데일리 립에서 울분을 토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다 좋지는 않았습니다. 슈퍼스타 라일리 비나 역으로 출연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노래는 감미로웠습니다.
사실상 주인공이자 영화의 핵심
애덤 매케이 감독이 돈룩업에서 그려내는 풍자의 핵심을 드러내는 인물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제이니 올린 대통령과 마크 라이선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대기업 CEO를 표현하며 애덤 매케이 감독은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과 없이 표현합니다.
제이니 올린 대통령은 미국의 특정 정당과 대통령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치인의 여러 모습을 섞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자식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서 찾을 수 있고,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은 힐러리 클린턴에서 명문대를 선호하는 것은 오바마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터 이셔웰은 배시라는 기업을 창립한 CEO입니다. 배시는 스피커를 만들기도 스마트폰을 만들기도 SNS 어플을 만들기도 우주선을 만들기도 합니다. 배시가 만드는 품목에서 알 수 있듯 이셔웰의 캐릭터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의 모습을 섞었습니다.
제이니 올린과 피터 이셔웰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물들입니다. 제이니 올린은 재선을 목표로 인류 멸망이라는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피터 이셔웰은 혜성 충돌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다가가는 캐릭터입니다.
혜성 충돌에 관한 대책 대신 선거 전까지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제이니 올린의 판단과 돈을 벌기위해 혜성 궤도 수정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이셔웰의 행동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이미 코로나19라는 재앙 속에서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정치인과 상업적으로만 해석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단지 영화 속 상상으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리해보자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제니퍼 로렌스를 좋아하고 애덤 매케이의 연출을 좋아한다면 돈룩업은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주말이나 퇴근하고 집에서 돈룩업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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