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축구계를 뒤흔든 슈퍼리그 이슈는 프리미어리그 빅6 구단의 탈퇴로 인해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의욕차게 추진하던 이들의 구상은 각국 정부, 감독, 선수, 팬들의 전방위적인 비판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고 멈추게 되었다. 비판을 미리 예상했겠지만 비판의 수위는 구단들의 예상을 벗어난 정도였다.
유럽 빅클럽들이 참가해 하나의 리그로 펼쳐지는 슈퍼리그 구상은 오래 전부터 거론되던 주제였다. 아스널의 레전드 감독 벵거는 2018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 안으로 슈퍼리그 계획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을 했고 그로부터 3년 뒤 2021년 4월 19일 슈퍼리그 주최 측은 4조 원의 천문학전인 상금으로 진행되는 슈퍼리그를 발표해 벵거의 예측은 맞았다.
슈퍼리그 추진을 주도하는 레알의 페레즈 회장은 슈퍼리그의 추진은 '축구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축구 소비가 덜 해 지금보다 매력적인 축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유럽의 많은 구단들이 수익 악화로 인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 구단도 선수들의 연봉 지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유럽 빅클럽들과 UEFA-FIFA와의 오래된 관계 악화에도 원인이 있었다. 빅클럽 수뇌부들은 A매치와 네이션스 리그 개최로 소속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아져 구단의 수익 창출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요연하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UEFA가 유럽 중소리그와의 상생을 이유로 도입한 유럽 중소리그 지원책이 빅클럽의 이익을 해친다고 여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유럽의 빅클럽들은 새로운 변화를 원했고 코로나는 시기를 앞당긴 것뿐이다. 미국 JP모건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으며 슈퍼리그 주최 측은 야심 차게 그들의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퀄리티의 상품을 제공하면 팬들은 두말할 것 없이 환호하고 선수들도 막대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팬들도 선수들도 지역사회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유럽에서 축구클럽은 팬들과 지역사회가 서로 공존하고 호흡하며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거기에 유럽식 스포츠는 미국식과 달리 승강제를 기초로 스포츠 본연의 경쟁과 가치에 큰 의미를 두고있다. 반면 슈퍼리그는 20개 참가팀 중 15개 팀이 고정되어 있고 지역리그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유럽 스포츠 시스템이 아닌 미국식에 가깝다. 지역성과 스포츠 본연의 가치가 부족한 슈퍼리그에 대해 팬들은 환영하지 않았다. 슈퍼리그 참가를 발표한 구단의 팬도 슈퍼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는 팬들도 반대 시위를 펼쳤다.
슈퍼리그 참가로 막대한 수입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은퇴한 선수뿐만 아니라 슈퍼리그 참가 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과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베르바토프는 인터뷰를 통해 매주 빅클럽의 경기가 펼쳐지면 지루해질 것이라고 밝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리버풀의 주장 조던 헨더슨은 SNS에 슈퍼리그 참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올렸다. 맨체스터 시티가 슈퍼리그 탈퇴를 발표하자 소속 선수 스털링은 SNS에 'OK BYE'라는 글을 올려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짧은 시간동안 축구계를 휩쓸었던 슈퍼리그는 중지되었지만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슈퍼리그에서 탈퇴한 프리미어리그 각 구단 수뇌부들은 성명을 통해 팬들과의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유벤투스의 아그넬리 회장은 여전히 슈퍼리그의 계획이 매력적이며 성공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유럽 축구의 오래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개편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UEFA의 개편안도 참가팀과 경기수를 늘린다는 계획에 지나지 않아 유럽 빅클럽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즉,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향후 몇 년 안으로 축구계는 큰 변화에 돌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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