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K리그 초반부터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던 백승호의 전북 현대 입단이 공식 발표됐다. 백승호는 이승우와 함께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받던 선수였고 최근까지도 독일 무대에서 뛰었던 유망한 선수다. 하지만 다름슈타트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K리그 무대에 오는 과정에서 많은 말이 생기고 있다. 전북 현대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백승호를 왜 영입하려고 하는지 백승호의 독일 무대 기록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
백승호는 이승우, 장결희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성인팀 입성에 실패하고 지로나 FC를 거쳐 2019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SV 다름슈타트 98으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시즌인 2019-20 시즌에서 백승호는 28경기를 출전해 2 득점 3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디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감독이 백승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날개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백승호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유럽 무대에서 백승호의 가능성을 보여준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포지션인 2선 자리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독일 무대 데뷔골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서도 왼쪽 윙어 포지션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백승호를 아끼던 디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 감독이 샬케로 떠났고 새로 부임한 마르쿠스 앙팡 감독 체제에서 백승호는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백승호의 활약에 대해 독일 현지의 평가는 기술적이고 스피드가 강점이지만 신체적으로 부족하고 공격 포인트를 잘 쌓지 못했다고 한다.
백승호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이렇게 미드필드 전 포지션을 뛸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확실한 포지션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백승호의 기록과 지난 시즌 전북 현대 선수단의 기록을 비교해 전북에서 백승호가 어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전북 현대에서 백승호가 윙어 자리에 출전한다면 경쟁자는 바로우일 것이다. 한교원은 지난 시즌 전북에서 최다 골과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한교원은 대체 불가의 선수이다. 하지만 바로우도 지난 시즌 중반에 K리그에 합류해 EPL 출신다운 빠른 발과 기술, 좋은 질의 크로스를 보여줬다. 이번 시즌 강화된 U22 제도로 바로우의 출전 시간이 제한되었지만 이미 득점을 신고했고 전북을 상대로 하는 팀들이 라인을 내려 빠른 발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뛰어난 기술로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한교원, 바로우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백승호가 쉽사리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U22 선수로 박진성, 이성윤 같은 윙어들을 활용하는 김상식 감독 특성상 남은 윙어 자리에 경기력도 떨어져 있고 K리그 무대 적응도 안된 백승호를 출전시키기에는 부담이 크다.
중앙 미드필드 자리는 어떨까? 전북 현대는 손준호라는 미드필드 핵심 자원이 빠지면서 확실한 미드필드 조합을 아직 찾지 못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손준호와 함께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최영준을 주전 미드필더로 활용하곤 있지만 손준호가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백승호가 2선 자리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중앙 미드필더 못지않은 패스 시도와 경합 시도, 수비 기록을 보여줬다. 중앙 자리에서 출전한다면 백승호의 자리는 최영준의 파트너 자리나 김보경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최영준의 파트너로 출전해 전북의 빌드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공격 시에는 전방으로 올라가 전북의 공격 작업에 세밀함을 더해줄 수 있다. 김보경이 현재까지 전북에서 최다 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활동량이 줄어 활약이 초반보다 덜한 모습을 보인다. 백승호가 김보경의 백업으로 김보경의 활약을 후반기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면 전북에게도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앙 자리는 2선 포지션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전북 현대 미드필더는 국가대표팀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북의 고참급 라인에 합류한 이승기는 언제나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선수이고 백승호에게 부족한 슈팅 능력을 갖고 있다. 쿠니모토가 부상에서 복귀해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최영준의 파트너는 쿠니모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니모토는 이미 K리그 무대에서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고 있고 전북에게 부족한 공격 시 세밀한 작업을 쿠니모토가 해결해 줄 수 있다.
2선 자리와 중앙 자리 모두 비교해봐도 백승호의 자리는 불확실하다. 냉정히 말해 분데스리가 2부 하위권 팀 주전 자리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K리그 1부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더 크다. 김상식 감독과 전북 구단이 영입을 강행한 만큼 자신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경기장 안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물론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죽일 놈이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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