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재밌고 훌륭하기까지한 영화를 찾기는 꽤나 어렵습니다. 그런 와중에 좋은 영화를 찾는 간단한 방법은 자신의 취향과 맞는 평론가가 만점을 준 영화를 보는 것 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가 별 만점을 주고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하는 영화 마스터의 리뷰를 전달합니다.
자기 파괴적이고 자기 혐오적인 주인공
'PTA'라고 불리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마스터는 주인공이 비호감 중에 비호감입니다. 해군으로 보이는 프레디는 제 2차 세계 대전에 참가했지만 꽤나 불성실하게 군 복무를 했고 전역을 한 뒤에도 사진 기사, 농부 등으로 살아가지만 전혀 적응을 못하고 매번 문제를 일으켜 소속 집단에서 쫓겨나듯 도망쳐 다닙니다.
프레디가 비호감적인 인물이 된 배경은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설명이 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과거에 자신이 행한 결정으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좌절감과 낭패감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크게 무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레디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이고 불친절하고 불안합니다.
프레디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주아주 훌륭한 연기로 불안정하고 자기 혐오적인 모습이 짙은 인물을 잘 표현합니다. 아무런 대사 없이도 호아킨 피닉스는 표정과 자세만으로 프레디라는 인물을 설명합니다. 왼쪽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늘 구부정한 자세로 양손을 허리에 둔 모습은 프레디가 내면적으로 크게 무너져있어 양손으로 지탱하고 있어야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는 내면의 황폐함을 상징하는 프레디 특유의 자세가 연대와 우정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변모합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역대 필모 중에서 영화 '조커'의 연기를 최고 뽑는 분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스터'의 연기가 가장 압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결핍과 결핍의 만남
영화 제목인 마스터의 의미는 극 중에서 신흥 종교 집단인 '코즈'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를 말합니다. '코즈'의 마스터 랭케스터와 프레디는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마주하고 오래지 않아 둘은 깨닫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라고 말이죠. 언뜻보면 내면적으로 무너진 프레디가 마스터의 '프로세싱'이라 부르는 종교적 치유를 통해 위로받는 것으로 비추어지나 자세히 보면 마스터인 랭케스터도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불안정한 모습이 많은 인물입니다.
신흥 종교 집단의 교리를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아 집단의 유대감이 아직 약하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들과의 긴장도 팽배하기 때문에 자신과 교리를 맹목적으로 믿어주고 '프로세싱'의 효과를 입증해줄 수 있는 인물이 절실했는데 그 인물이 프레디가 적임자였습니다.
마스터 본인도 자신의 종교 교리가 꽤나 엉성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교리에 대해서 되묻거나 트집을 잡으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화를 내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극중에서 이런 모습이 2~3번 나오며 장면들 모두 연출이 좋고 마스터를 연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연기도 정말로 좋습니다.
중반부까지는 서로 얻고 싶은 것을 얻으려는 필요에 의한 파트너 관계로 보이던 마스터와 프레디의 관계는 후반부로 갈수록 브로맨스 정도로 해설될 정도로 인간으로서의 연대와 유대, 사랑을 보여줍니다.
프레디는 왜 떠났을까
후반부 프레디는 황무지에서 마스터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납니다. 마스터는 예상하지 못한듯 떠나는 프레디를 향해 소리를 지르지만 프레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떠나죠.
프레디가 길을 떠나는 이유는 긍정적 이유와 부정적 이유 둘 다 있다고 분석합니다. 긍정적 이유로는 프레디는 이제 자신의 꿈과 이상에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내면적으로 많이 회복이 된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유일한 사랑인 도리스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데 영화 중 처음으로 프레디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인 점이 특징입니다. 그 이전에는 타인에 의해 쫓겨나듯 집단을 떠났는데 오토바이 장면은 프레디만의 판단이고 오히려 집단에서는 프레디가 남기를 원했습니다.
부정적인 이유는 마스터의 프로세싱에도 프레디의 폭력성과 불안정함이 아직 잔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세싱 이후에도 마스터의 교리를 무시하는 외부인에 대해 폭력을 여전히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마스터에 대한 죄책감과 계속되는 자기 혐오로 인해 프레디는 이전처럼 집단을 떠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도망가는 회피적 행동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는 이외에도 인간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볼만한 지점을 많이 선사하니 직접 영화를 보고 판단하기를 추천합니다. 영화 마스터는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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