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우리나라는 첫 우주로켓 누리호의 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온 우주 SF 블록버스터 영화 승리호의 시놉시스와 리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시놉시스
2092년, 인류는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 위성궤도에서 거주하게 된다. 빈부격차가 더 극심해진 현실에서 승리호의 선원들은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어느 날, 승리호는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게 된다. 돈이 필요한 승리호 선원들은 '도로시'와 거액의 돈을 맞바꾸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된다.
리뷰 : 화려한 시각적 연출
승리호는 국내 영화 중에서도 240억이라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입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장르이기 때문에 국내 최고 CG, VFX 제작사들이 한데 뭉쳐 승리호 프로젝트를 협업했습니다. 성공적인 협업으로 승리호의 화면들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화려함과 웅장함을 선사합니다.
승리호 제작진은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삼지만 영화적 연출을 위해 더 화려함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에서는 환하게 빛나는 별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정작 우주를 가면 칠흑같은 어둠만 있습니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의 키치한 분위기와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빛나는 별을 많이 넣어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환경 파괴로 황폐해진 지구와 녹음이 푸르른 우주 궤도의 인류 거주기의 모습을 대비하는 장면도 인상 깊습니다. 매연과 먼지로 숨 쉬기 어려워 방독면이 쓰고 생활을 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속 우주 기업 UTC의 프로젝트로 인해 우주 궤도와 화성은 과거 지구 못지않은 환경으로 가꾸어 마치 낙원처럼 보이도록 잘 구현해 놓았습니다.
리뷰 : 새로운 출발
승리호의 화려한 비주얼을 조금 벗어나면 조성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간명한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승리호는 영화 전반적으로 새로운 출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망설이거나 망설이고 있습니다.
승리호의 선원 '태호'는 딸을 잃은 과거에 갇혀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 하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인물입니다. 태호가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딸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이죠. 과거의 기억에 갇혀 허우적대는 태호는 꽃님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갑니다. 꽃님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며 꽃님의 특수한 능력으로 송이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태호는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승리호의 빌런인 설리번도 자신만의 새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설리번은 어벤저스 타노스처럼 자신만의 신념이 존재하며 그의 모든 행동은 그의 신념에서 비롯됩니다. 설리번은 우주 기업 UTC의 창립자로 우주 궤도와 화성을 인류가 살기 좋은 낙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설리번은 자신만의 낙원에 인류 모두가 아닌 야만과 탐욕이 없는 자만 선택해 새로운 인류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꽃님은 승리호에서 새 출발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태호와 설리번 그리고 인류에게 꽃님은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메시아 격의 존재입니다. 태호에게 꽃님은 트라우마에게 벗어나게 해주는 구원의 대상이며 설리번에게 꽃님은 지구를 파괴하고 낙원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입니다. 황폐해진 지구에 거주하는 대다수 인류에게도 꽃님은 지구를 재건하게 해 줄 수 있는 구원자입니다.
리뷰 : 기존 우주 SF 영화와 조금 다른 승리호
승리호는 기존에 볼 수 있는 외국 우주 SF 영화와 조금 다릅니다. 유명한 우주 SF 영화들에서는 소수의 히어로들이 문제를 해결해 지구를 구합니다. 그들은 지구 최고 갑부이거나 지구 최고의 스파이거나 번개를 다루는 신이지만 승리호의 영웅들은 다릅니다.
승리호 속 지구를 지키는 영웅은 승리호를 포함한 우주 쓰레기 청소부입니다. 이들은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승리호의 후반부 UTC의 위협에 맞서 언어와 피부색, 국적, 성별이 다른 우주 쓰레기 청소부들이 한데 뭉쳐 지구를 지키려 합니다. 승리호는 공동의 선을 위해 소수의 히어로가 아닌 다수의 평범한 이들이 한데 뭉쳐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업동이는 승리호의 작명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는 이기는 게 무조건 좋은 줄 알았거든". 승리호에서 말하는 승리의 의미는 다른 영화와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하며 절대선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절대악으로 표현되는 인물, 단체를 파괴해 선을 지키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승리호의 인물들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입체적입니다. 승리호의 선원들은 살아가기 위해 약탈, 유괴 등 범죄를 거리낌 없이 하던 인물들입니다. 설리번 또한 자신의 신념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있지만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막은 공로가 있는 인물입니다. 이렇듯 승리호에서 승리는 절대악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지키고자 하는 공동체의 노력으로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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