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북 현대가 상주 상무 원정 경기에서 패하며 2위 울산과의 승점차가 1점으로 좁혀졌다. 상주 상무가 전북에게 거둔 승리는 상무가 상주에 정착한 뒤 처음으로 거둔 승리이기에 상주에게는 매우 값진 승리였다. 지난 라운드에서 전북은 라이벌 울산을 상대로 경기력, 결과 모두 압도했지만 상주를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울산전과 상주전에서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올 시즌 전북은 리그에서 점유율 54.8%로 리그 2위, 패스 467회로 리그 2위, 슈팅수 16.5회로 리그 1위를 기록해 점유율, 패스, 슈팅 부분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모라이스 감독은 닥공의 색채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팀에 빌드업과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밸런스 전술을 입혔다. 하지만, 상주와의 경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슈팅수, 점유율은 상주보다 낮았고 패스는 전북이 상주보다 딱 5회 많이 시도해 리그 개막 이후 전북이 가장 고전한 경기였다.
전북은 리그 10경기를 소화하면서 2패만 기록하고 있다. 강원과 상주에게만 졌는데 패배 경기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이승기의 공백이다. 강원전에서 전북은 전반전에 슈팅 4개만 시도하며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고, 점유율과 패스도 강원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에 이승기가 들어간 이후 전북은 슈팅 11개를 시도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전북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이승기가 얼마나 팀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상주전에서는 이승기가 부상으로 출전명단에서 빠져 올 시즌 처음으로 전북은 이승기 없이 경기를 치렀다. 이승기 대신 출전한 이수빈이 이승기의 공백을 채우지 못해 미드필드 주도권을 상주에게 내줘 상주가 경기를 원하는 대로 끌고 가 전북은 패했다.
이승기는 이번 시즌 전북 경기 대부분을 선발 출전하며 손준호와 함께 전북의 중원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신인 시절부터 뛰어난 기술과 센스있는 플레이가 장점인 이승기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수비에도 눈은 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획득 79개로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중원 파트너인 손준호도 수비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어 이승기와 손준호의 활약으로 전북은 중원 싸움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또한, 이승기는 숏패스 299개를 시도해 팀의 빌드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승기의 가장 큰 장점은 중거리 슈팅 능력이다. 이번 시즌 PA 외 슈팅 시도 1위는 17개를 기록하고 있는 이승기이다. 전북을 상대로 리그 대부분의 팀이 수비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승기의 슈팅 한방은 전북의 좋은 공격 옵션이다.
이번 시즌 전북의 공격진의 파괴력은 전북이 K리그 강자로 두각을 드러낸 2010년대와 비교하면 낮다. 로페즈, 문선민, 에닝요, 이재성, 에두, 김신욱 등 아시아 최고의 득점력을 보유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의 전북은 전방에서의 무게감이 적다. 야심 차게 영입한 벨트비크는 적응에 실패해 수원 FC로 떠났고, 이동국은 과거 최고의 모습에서 내려온 상태다. 작년 22부 리그에서 돋보였던 조규성은 평범해졌고, 무릴로도 1인분을 겨우 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EPL 출신 윙어 바로우와 브라질 리그 공격수 구스타보를 영입했지만 자가격리와 컨디션 문제로 경기 투입에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기가 아직까지는 심한 부상이라는 발표가 없어 빠르면 다음 성남전부터 다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전력이 투입되기 전까지 전북의 승점은 이승기의 발 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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