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번시즌 K리그 1의 우승향방을 가르는 경기가 펼쳐졌다. 나란히 승점 54점으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였다. 시즌 초중반까지는 울산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점을 쌓는 반면, 전북은 작년만 못한 경기력으로 하위권 팀에게 발목을 번번히 잡혀 이번 시즌 우승컵은 울산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울산의 경기력은 떨어지고, 전북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해 시즌 종료 2경기를 앞두고 두 팀은 승점 동률이 되었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전에 투입된 모두 바로우가 출전한 지 10분 만에 울산 수비수 김기희의 실책을 이용해 센스있는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하며 전북이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인해 전북 현대는 리그 4연패 달성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득점에 성공한 선수는 바로우였지만 경기를 시청한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손준호 였다. 손준호는 이날 경기에서 미드필더 한 명이 경기를 어떻게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손준호는 경기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력을 펼쳤는데 경기 기록에서 알 수 있다. 지상 경합 8회, 태클 성공 3회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성공했다. 인터셉트, 클리어링, 차단, 획득은 전북 팀 내에서 가장 많이 성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패스 횟수도 60회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시도했다. 또한, 전북의 코너킥과 프리킥 키커를 담당해 홍정호와 구스타보에게 날카로운 킥을 배달했다. 한마디로 손준호는 이 경기에서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지금까지 26라운드를 소화하며 보여준 손준호의 퍼포먼스는 k리그 미드필더 부분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경합, 차단, 획득, 태클 기록은 리그 내 1, 2위로 다른 선수와 비견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 기록 뿐만 아니라 패스 횟수, 횡패스, 중앙진영패스 또한 리그 최고 수준이며 이번 시즌 동안 132번의 프리킥을 처리해 K리그 1에서 손꼽히는 세트피스 키커이다. 손준호의 킥 능력은 데뷔 시절부터 남달랐지만 여기에 수비 능력까지 좋아지며 육각형의 완벽한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또한,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선발 풀타임을 소화해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손준호는 성장했다. 2019 시즌은 신형민, 임선영과 역할을 나눠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박투박 미드필더 포지션을 번갈아가며 뛰었고, 2020 시즌에 신형민이 팀을 떠나며 본격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활약했다. 전북은 이번시즌을 앞두고 쿠니모토와 김보경 같은 기술적이고 킥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쿠니모토나 김보경을 팀의 빌드업 중심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손준호가 빌드업의 핵심이 되었다. 지난시즌과 이번 시즌 손준호의 패스 기록을 보면 패스횟수, 키패스, 전방패스, 롱패스 모두 대폭 증가했다. 손준호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카드 수집도 이번 시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준호는 지난시즌 경고 8회로 리그 1위의 카드수집가 였지만, 이번 시즌은 경고 5회만 받아 약점이 개선되었다.
전북은 다음 대구와의 경기에서 패배만 하지 않으면 리그 우승이 확정된다. 우승에 성공한다면 시즌 초반 흔들리던 팀의 성적을 분위기 반전시킨 히로인은 단연 손준호다. 전북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잡은 손준호가 팀 우승을 넘어 K리그 MVP와 더 나아가 기성용이 빠진 국가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까지 차지하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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