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제주도로 3박 4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비가 내리던 첫날에는 제주 공항에 내려 용두암부터 송악산까지 페달을 밟았습니다. 해당 루트는 어떤 느낌인지 전달합니다.
제주 공항 -> 용두암 인증센터
제주도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자전거를 제주도 현지에서 대여한 다음에 가려고 해서 공항에서 택시 타고 가는데 비가 한 두 방울씩 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여행 접을 정도로 많이 내리진 않았습니다. 제가 빌린 자전거는 MTB였는데요. 3박 4일 동안 대여하면 10만 원정도 하더라고요. 자전거에 기본으로 휴대포 거치대, 물통 거치대, 짐 거치대, 모자, 자물쇠 무료 제공이라 돈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갖고 온 백팩을 검은 봉지에 담아 자전거 뒤에 묶고 다녔는데 마지막 날까지 봉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제주도 날씨가 변덕이 심해 매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거든요.
아무튼 자전거 대여 완료하고 대여점 근처에 있는 국수 집에서 고기 국수 한 그릇 먹었습니다. 가게 내부에 연못이 있는 특이한 인테리어 콘셉트의 가게였습니다. 맛도 괜찮았어요. 자전거 여행 전에 가볍게 먹고 가기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첫 행선지인 용두암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왜... 용두암부터 출발하는지는 제주환상자전거길의 출발점이 용두암이기 때문입니다. 국수를 먹은 곳에서 용두암까지의 거리가 3~4km 내외로 가까워 금방 도착했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 오전 시간이라 그런가 제주도 시내에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요. 용두암이 생각보다 넓어 인증센터가 어디 있는지 조금 헤맸는데 눈에 띄는 빨간 건물이라 발견할 수 있었네요.
용두암 -> 다락쉼터
용두암 다음에는 다락쉼터 인증센터를 향했습니다. 20km 정도 되는 거리라 이때부터 슬슬 자전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네요. 용두암은 제주 시내여서 그런가 상가들과 자동차들이 많은데 다락쉼터로 가는 경로는 위 사진처럼 제주도 해안 도로를 주로 달렸네요.
첫 날은 제주도가 내내 흐려서 하늘이 맑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게 날이 선선하는 거였죠. 첫날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모두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날이 무척 더웠습니다. 생각보다 저처럼 제주도 자전거 여행 하는 분들을 꽤 마주쳤습니다. 남성 혼자서 다니는 분도 계셨고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딸 세 가족이 달리시는 분들도 계셨죠. 직접 제주도 일주를 해보니 제주도 경기 자체가 좋기도 하고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가족끼리 달려도 좋지 않나 싶네요.
다락쉼터 인증센터는 사방이 뻥 뚫려있는 곳에 있어서 도장을 찍고 나면 한 숨 쉬고 가기 좋습니다. 저도 근처 벤치에 앉아서 바다도 구경하고 목도 좀 축이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했거든요.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해서 어딜 가나 편의점이나 카페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쉬거나 목을 축이기 위해 틈틈이 방문할 수 있어 좋았네요.
다락쉼터 -> 해거름마을공원 -> 송악산
다락쉼터에서 해거름마을공원까지 가는 루트는 이전과 비슷했습니다. 평탄한 해안도로를 쭉 달리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았거든요. 아, 자전거 여행 경로를 따라가는 방법은 네이버 지도 앱에서 자전거 경로를 검색해 따라가면 됩니다. 실시간으로 내 위치가 표시되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린 위험은 없죠. 아니면 표지판을 따라가면 됩니다. 제주환상자전거길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다음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를 자세하게 알려주거든요. 그리고 바닥에는 파란색으로 자전거 길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이것만 따라가도 됩니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관리가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앉을만한 벤치도 딱히 없고 위 사진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하얀색 건물은 여행객을 위해 쉼터나 음료를 제공하는 곳인데 운영을 하진 않더라고요. 외벽에 아이스크림 사진이 있어 가봤는데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최근에 챙겨보는 자전거 유튜브 채널 중에 Nick K가 있는데 여행 중에 빙수를 계속 찾는 모습이 있어 왜 그런가 했는데 이제 알겠네요. 갈증이 너무 납니다. 평소에 빙수 잘 먹지도 않는데 제주도 여행 내내 빙수가 당겼네요.
해거름마을공원에 도착하고 조금 쉬다가 다음 경로인 송악산을 향해 출발했는데요. 뭐, 여전히 비슷한 해안 도로를 향해 쭉 달렸습니다. 대신 조금 차이는 평탄한 길에서 완만한 오르막 길로 바뀌었고 민가와 상가는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지역에서도 외곽 시골 지역이지 않나 싶네요. 이때가 가장 허기지고 목이 마르던 시점인데 편의점이나 가게를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가게를 발견해 베이컨로제파스타를 먹었습니다. 맛있더라고요. 여행을 할 때는 식당을 미리 찾지 않고 지나가다가 발견하는 곳에 들어가 먹는 편인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피자를 먹으려고 했는데 재료가 없다고 파스타로 변경했는데요. 오히려 좋았네요. 나중에 제주도에 다시 갔을 때도 영업을 하고 있다면 피자도 먹어보고 싶네요.
해거름마을공원에서 송악산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는 30km로 첫날 일정에서 가장 긴 거리였습니다. 대충 누적 50km 타고 나니까 어깨, 팔목, 무릎에서 슬슬 살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체력도 체력인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쉴 때 충분히 쉬어주고 관절을 풀어주는게 중요했는데 말이죠. 송악산까지 20km 남겨둘 즈음에는 해도 져서 날이 어두워 지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시골길을 가는거라 주변에 사람도 없고 건물도 없고 자동차도 거의 없더라고요. 자전거 전조등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향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근데 체력이 바닥나서 5km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했던거 같네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저녁이 되어서야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첫 날 거리가 73km 정도였는데 오전 10시부터 타기 시작해서 오후 8시 즈음에 도착했으니 10시간 정도 걸렸네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씻은 다음에 하루종일 입은 옷도 세탁기에 돌렸습니다. 이 날 숙소가 여행 기간 중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어요. 가격은 3만 원대인데 tv, 세탁기, 테라스까지 있는 숙소였거든요. 다음에 다시 제주도에 온다면 재방문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정리를 다 마치고 나서는 유튜브에서 심으뜸 스트레칭을 틀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었습니다. 첫날에 생각보다 힘들어 다음 날 근육 다 뭉치면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는데 출발 전후로 스트레칭을 꼬박꼬박 해주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첫 날 자전거 여행 루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일차 : 73.8km | 제주공항 - 용두암 | 3.8km |
용두암 - 다락쉼터 | 20km | |
다락쉼터 - 해거름마을공원 | 20km | |
해거름마을공원 - 송악산 | 3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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