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이후 총 8편의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가 존재합니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 3명의 배우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은 팬들마다 선호의 정도가 다릅니다. 이번 포스팅은 스파이더맨 신작 노 웨이 홈의 리뷰를 전달하며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다시 돌아온 마태식
2019년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스파이더맨 : 파프롬홈,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이렇게 4편의 영화를 공개했습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히어로 영화의 새 역사를 썼던 마블은 페이즈 4라고 불리는 시리즈에서 예전의 매력을 잃은 듯 보였습니다.
연출의 한계, 과도한 PC주의, 이전 페이즈 주인공 퇴장을 대하는 아쉬운 자세 등 새로운 마블 시리즈를 대표하려는 히어로들은 이전 히어로들보다 매력이 부족했습니다. 아쉬운 매력은 흥행 성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고 일각에서는 마블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만약 이번 스파이더맨 신작이 기대 이하로 나왔다면 사실상 마블 시리즈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히어로 시리즈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 이후에 나올 마블 시리즈와 페이즈 4는 사실상 실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기존 마블 시리즈 팬과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입니다. 이전에 아쉬웠던 부분을 모두 충족시켰는데 우선 톰 홀랜드 버전 스파이더맨 버전에서 늘 거론되던 액션의 완성도가 개선되었습니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버전의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이용한 고공 액션의 완성도가 높았는데 톰 홀랜드 버전의 스파이더맨은 이전 스파이더맨에 비해 액션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빌런과 스파이더맨의 대결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눈이 즐거웠습니다. 4명의 빌런과 3명의 히어로가 맞붙어 다소 난잡하게 그려질 수도 있지만 존 와츠 감독은 적절하게 완급조절을 하며 화려함을 배가시켰습니다.
페이즈 4에 들어와서 마블은 캐릭터성을 잃어버렸습니다. 페이즈 1. 2에서 보여줬던 어벤저스 구성원들이 왜 지구를 지키려 하고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꽤 설득력 있게 전달했는데 페이즈 4의 주요 인물인 샹치, 이터널스, 캡틴 마블이 왜 히어로로서 살아가고 무엇을 하려 하는지 매력적으로 그려내는데 실패했습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도 아이언맨과 이전 스파이더맨의 그림자에 가려 톰 홀랜드만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것을 해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톰 홀랜드를 제대로 살려내면서 이후 페이즈 4가 더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연급 조연 그린 고블린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다양한 서사와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톰 홀랜드의 성장기도 인상 깊지만 개인적으로 그린 고블린을 연기한 윌리엄 데포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린 고블린은 토비 맥과이어 버전 스파이더맨과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에서 등장했던 빌런입니다.
오스코프라는 기업의 CEO이자 과학자이며 스파이더맨 절친의 아버지입니다. 약물 실험의 부작용으로 초인적인 힘과 폭력적이고 악한 자아가 만들어졌고 초록색 슈트와 글라이더,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8편의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다양한 빌런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빌런이 윌리엄 데포가 연기했던 그린 고블린입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젊은 배우인 데인 드한이 그린 고블린을 연기했지만 윌리엄 데포에 비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윌리엄 데포의 그린 고블린은 한 명의 아버지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한 명의 악인으로서 다양한 서사를 보여줬고 연기력 자체도 훌륭했습니다.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는 그린 고블린 말고도 일렉트로 맨, 리자드, 샌드맨이 나오지만 그린 고블린 이외에는 존재감이 약합니다. 정신분열증을 겪는 노먼 오스번이 초반에는 다소 선하게 나오며 메이 숙모와 피터를 속였다가 후반부 악한 자아가 표출되면서 피터 일행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면은 최근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미치광이 악인을 연기한 윌리엄 데포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타노스와 헬라에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 데포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3편 만에 성공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 성장기
톰 홀랜드가 연기했던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항상 너무 아이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나이 자체가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어벤저스 영웅들의 고민과 히어로로서의 자세에 비해 스파이더맨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1, 2편까지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그림자가 너무 두터웠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슈트 자체가 아이언맨에게서 왔고 피터 개인으로서의 성장과 어벤저스 영웅으로서의 자세를 아이언맨에게 영향받았기 때문이지만 아이언맨을 떼어내면 톰 홀랜드만의 서사가 매력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3편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 와서야 톰 홀랜드만의 스파이더맨이 완성되었습니다. 영화 초반까지 대학 입학을 위해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달라는 피터의 요구는 개인적으로 너무 철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아직까지 히어로로서의 무게감이나 책임감은 부족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극이 이어지면서 다소 가벼웠던 고민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그린 고블린이 촉발한 파국으로 인해 피터는 이전과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에 아이언맨의 그림자와 이전 스파이더맨의 그림자는 많이 옅어졌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촉발된 메이 숙모와 네드, MJ가 겪은 사건들로 인해 피터가 느끼는 감정선을 톰 홀랜드가 훌륭하게 그려냈고 앞으로 페이즈 4를 전개함에 있어 괜찮은 서사를 부여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이제는 "또 아이언맨 타령이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버전이 낫다" 이런 생각보다 앞으로 피터가 어떻게 될지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피터의 부탁으로 스파이더맨과 자신에 대한 기억이 전부 사라진 세상에서 피터와 네드, MJ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앞으로 피터와 주변 인물들 간에 이야기와 재회를 두고 다양한 서사를 부여할 수 도 있고 영화 외적으로 보자면 마블과 톰 홀랜드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설정으로 스파이더맨이 리부트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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