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퇴마와 종교적인 주제를 잘 다루는 두 명의 감독이 있습니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입니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선보였고 후속작 '사바하'를 통해 더 완성되고 촘촘한 한국식 오컬트를 연출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바하의 리뷰를 전달합니다.
기독교와 불교를 넘나드는 오컬트
해외의 유명한 오컬트 영화들은 주로 가톨릭 신앙에서 기반합니다. 평범한 인물이 우연한 사건으로 악마를 접하게 되고 가톨릭 신부가 성스러운 힘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이야기 구조가 많습니다. 가톨릭 신앙과 문화가 대중적인 해외에서는 오컬트 장르를 받아들이기 어렵진 않으나 국내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독교 신자가 가장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어 가톨릭적 세계관과 문화는 그리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여기에 장재현 감독은 기독교와 불교의 상징과 율법을 영리하게 차용해서 사바하를 그려냈습니다. 사바하는 기독교와 불교 양 종교의 세계관의 틀 속에서 감상해야 장재현 감독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바하의 이야기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신흥 종교 비리를 파해치는 박목사가 영월 지역에서 활동하는 신흥 종교를 발견하고 조사하던 과정에서 거대한 미스터리를 만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금화의 쌍둥이인 그것이 악마의 형상이라 볼 수 있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박목사의 학교 후배로 등장하는 해안스님은 영화의 주제를 잘 설명하는 인물입니다. 해안스님은 불교는 완전한 악과 선이 존재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초반 금화의 마을에 굿을 지내던 무당이 금화의 집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몰래 잠입하는 장면에서 해안스님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당이 그것에게 다가가자 뱀이 나타나 무당을 쫓아내는데 뱀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악의 형상인 부정적인 대상이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석가모니를 돕는 이로운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바하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그리고 두 종교의 전반적인 이해의 틀에서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잘못하면 두 종교를 잘못 해석해 그릇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장재현 감독은 치밀한 사전 조사와 연출을 통해 불교와 기독교 관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의 존재는 무엇일까
금화의 쌍둥이인 그것의 존재는 자연의 이치를 벗어난 김제석을 벌하기 위한 초자연적인 존재입니다. 그것을 악마의 형상이나 불길한 존재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이 실제로 불길한 행위한 적은 없습니다. 금화 부모님의 사망과 마을 가축들의 폐사를 그것과 연결 짓기에는 연결성이 약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륵의 경지에 다다른 김제석에 맞서 자연의 이치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태어난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그것은 태어났고 때를 기다립니다. 그것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정나한을 만나 김제석을 막는 것입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보면 확실한 선악이 존재하지만 불교적 세계관에서는 선악이 모호합니다. 인도의 힌두교 신 중에서도 인간을 잡아먹는 신이 존재합니다. 그것처럼 불교 또한 선이 악이 될 수도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다고 보며 극 중에서 해안스님도 불교에서 신자는 선과 악 사이에 있다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과 김제석은 보기에 따라 선과 악으로 볼 수도 혹은 둘 다 악이나 선으로 볼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것과 김재석의 외면을 넘어 존재의 본질에 집중해야 장재현 감독이 의도한 바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사바하는 주요 배우들의 연기력이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박목사의 이정재, 정나한의 박정민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박목사와 정나한은 다양한 감정의 폭이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박목사는 신흥종교를 파 해치며 종교의 근원적인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신은 과연 존재하는지, 왜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는지 등 종교에 관한 근원적인 의문을 영화 내내 표현하는데 이정재는 박목사의 내면을 훌륭하게 그려냈습니다.
정나한도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는 배역입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소년수로서 김제석을 만나 인생에 빛이 들어왔고 김재석의 뜻을 따르며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 도중 그것과 조우하며 자신의 세계관이 몽땅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복잡한 감정선을 박정민은 인상적으로 표현합니다. 개인적으로 '동주'와 '파수꾼' 이후로 박정민의 연기력이 폭발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바하는 메시지 부분에서도 스릴러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 영화로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한국형 오컬트 하면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단순히 놀라게 하기만 하는 호러 장르에 질리셨다면 사바하 감상을 추천합니다. 사바하는 OTT 플랫폼 중에서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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