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첼시 홈구장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 리즈 유나이티드가 맞붙는다. 언뜻 보면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와 승격팀 간의 경기라 첼시가 손쉽게 이기는 싱거운 그림을 그려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리즈는 ‘리즈 시절’로 유명할 만큼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초반까지 짧은 전성기를 누렸던 리그 강팀이었다. 하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팀이 삐걱거리더니 2003-04시즌을 마지막으로 이피엘 무대를 떠났다. 그 과정에서 현재 첼시를 이끌고 있는 램파드 감독과 조그만 인연이 있다. 리즈가 강등된 시즌인 2003-04시즌 램파드는 첼시 소속으로 리즈와의 홈원정 경기에서 모두 출전했고 득점까지 기록했다. 리즈의 강등에 램파드가 아주 조그만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엘사 감독과 램파드 감독 간의 신경전도 눈여겨볼 포인트이다.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19시즌 챔피언십 리그에서 리즈는 우승 경쟁 상대팀인 더비 훈련장에 직원을 보내 염탐하다가 걸렸다. 이 과정에서 더비 구단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더비 감독도 리즈를 강하게 비판해 비엘사 감독의 사과로 이어졌다. 여기서 리즈 구단을 비판했던 더비 감독은 지금 첼시를 이끄는 램파드 감독이었다. 최근에 인터뷰에서 비엘사 감독은 램파드 감독과의 관계가 괜찮다고 밝혔지만, 챔피언십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던 관계였기에 경기 결과에 따른 두 감독의 반응도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첼시의 최근 폼은 이피엘 어느 팀과 비교해도 좋은 상태다. 9월 21일 리버풀 전 패배 이후 현재까지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8경기 무패 중인데 토트넘의 9경기 무패에 이은 리그 2위의 기록이다. 지난 시즌 첼시는 시즌 내내 골키퍼의 불안함을 해결하지 못했다. 케파의 불안했던 퍼포먼스는 유럽 4대 리그에서도 최하위 수준의 활약을 보여줬다. 케파를 대신해 영입한 멘디는 이번 시즌 5번의 클린 시트로 리그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펼치고 있어 첼시는 골문에 대한 약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첼시는 이번 시즌 선제골을 기록하고 역전당한 경기가 없다. 또한, 승격팀과의 경기에서 82% 승률로 리그 내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리즈와의 경기에서 첼시가 선제 득점을 한다면 리즈가 다시 역전시킬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리즈는 비엘사 매직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하위 리그를 전전하던 리즈는 비엘사 부임 이후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비엘사가 2018년 부임한 이후의 기록을 보면 통산 102경기에서 42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영국 최상위 리그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또한, 비엘사가 이끄는 리즈는 54.1%의 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 기록은 리즈 역대 감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승률이다. 비엘사는 과거 2012년에 첼시 감독 후보로 거론되었던 적도 있었다. 감독 부임으로 이어지지 않아 첼시와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지만, 비엘사 감독처럼 리즈 선수 중에서도 첼시와 인연이 어긋난 선수가 있다. 리즈에서 최다 골을 기록하고 있는 뱀포드다. 뱀포드는 2012~2017년까지 첼시 소속이었지만 6개 클럽을 임대 다니며 저니맨 생활을 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골잡이를 영입하는 첼시였기에 유망주 뱀포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임대 생활을 하며 기량을 성숙시킨 뱀포드는 첼시를 상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첼시에 부임할 뻔했던 감독과 첼시에서 자리 잡지 못해 떠났던 선수가 첼시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까.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16년 만에 펼쳐지는 두 팀 간의 대결에는 이처럼 다양한 텍스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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