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하다 보면 재밌어 보이는 영화 추천 게시글을 볼 때가 있습니다. 혹한 마음에 OTT에서 찾아 막상 감상해보면 기대치를 충족하기도 하고 기대보다 별로인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낚였습니다. 제가 낚인 영화 먼 훗날 우리의 리뷰를 전달합니다.
매력 없는 남녀 주인공
기본적으로 로맨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두고두고 회자가 될 정도로 매력이 있어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맨스 영화를 보며 우리는 간접적으로 사랑을 느끼고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남녀 주인공이 매력이 없다면 팥빵인데 팥이 없는 격이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평범한 로맨스 영화와 별반 차이 없습니다. 우연히 기차에서 마주친 린쳉칭과 샤오샤오는 친구로 지내다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역경이 등장합니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린쳉칭은 생계를 위해 저작권을 위반한 CD를 만들어 판매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하고 월세방에서 쫓겨나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로맨스 영화의 법칙 중에서 힘든 현실에 처한 남자 주인공은 무조건 여자 친구를 등한시합니다. 먼 훗날 우리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어김없이 여자 친구를 등한시해 여자 친구가 떠나고 린쳉칭과 샤오샤오는 헤어진 뒤 10년이 지나 우연히 마주쳐 옛날 추억을 나누게 됩니다.
제가 두 주인공의 매력이 없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두 주인공의 설정이 분명하지가 않다는 것 입니다. 먼저, 남자 주인공인 린쳉칭은 게임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고 친구로 지내는 샤오샤오에게 마음은 있지만 친구 사이를 깨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베이징에 살고 번듯한 직장만 있으면 결혼하려고 하는 샤오샤오에게 늘 걱정해주며 그 사람이 정말 너를 사랑하냐고 묻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린쳉칭은 남녀의 만남에 있어 배경이 아닌 사랑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고 암시한다고 할 수 있는데 후반부 가서는 180도로 뒤집어집니다.
린쳉칭은 직업적으로 경제적으로 실패하게 되면서 여자친구를 등한시 해 샤오샤오가 스스로 떠나도록 이별을 유도합니다. 그 후 10년이 지나 과거 이별을 회상하며 내가 성공했으면 너가 떠나지 않았겠냐고 샤오샤오에게 반문합니다. 초반부의 린쳉칭은 베이징 남자에게 환장하는 샤오샤오에게 그 남자가 사랑하냐고 물을 정도로 배경보다 사랑을 중요시 했는데 후반부의 린쳉칭은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배경과 경제력이 사랑의 기반이라고 믿는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샤오샤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반부 샤오샤오는 베이징에 살고 번듯한 직장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것이 목표인 인물입니다. 그만큼 그 사람의 배경과 경제력에 집착하며 자신에게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사랑이라도 믿는 철부지였습니다. 린쳉칭이 자신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만나게 되면서 샤오샤오의 캐릭터는 불분명해졌고 후반부에서도 10년 만에 만난 린쳉칭에게 샤오샤오는 널 사랑한 것이 배경과 경제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린쳉칭과의 만남을 통해 샤오샤오의 연애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영화를 연출한 유약영 감독의 연출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사랑을 중시하는 린쳉칭과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샤오샤오가 정 반대로 바뀌게 된 이유를 후반부에 잘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제가 왜 저렇게 됐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로맨스 영화보다 가족 영화
저는 먼 훗날 우리를 로맨스 영화로 보기보다 가족 영화에 초점을 맞춰 보면 그래도 볼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샤오샤오와 린쳉칭의 아버지 간의 관계에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린쳉칭과 샤오샤오는 사귀기 전부터 린쳉칭의 가족 행사에 샤오샤오를 데리고 갔고 샤오샤오는 그녀 특유의 친화력으로 린쳉칭의 아버지를 비롯한 린쳉칭 가족들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특히 린쳉칭의 아버지는 샤오샤오를 유난히 아꼈습니다.
린쳉칭의 아버지는 샤오샤오를 친딸 같은 며느리로 대했고 나중에 둘이 헤어진 것을 알고도 샤오샤오에게 언제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며 애정 넘치는 친필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도 린쳉칭과 샤오샤오의 장면이 아니라 샤오샤오와 린쳉칭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린쳉칭은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춘절을 맞아 린쳉칭이 감옥에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헤어진 여자친구인 샤오샤오가 린쳉칭 아버지 집에 방문해 거짓 연기를 합니다. 린쳉칭 아버지는 아들 걱정은 하며 샤오샤오에게 먹을 것을 싸주는데 이 장면이 먼 훗날 우리에서 가장 좋은 장면입니다. 아들과 며느리 걱정을 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슬픈 감정을 억누르는 샤오샤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차라리 린쳉칭과 샤오샤오 분량을 줄이고 린쳉칭의 아버지와 가족 간의 에피소드를 더 늘렸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됐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로맨스 영화라기보다 가족 영화로서 매력 있는 이 영화 감상은 굳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다면 애써 시간을 내서 보진 말고 출퇴근 길에 시간 때울 용도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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