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스포츠 브랜드 전쟁의 승자는?

월드컵은 단일 종목 국제대회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32억 명에 달했다. 2017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가 76억 명인 것을 고려하면 지구상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월드컵을 시청한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누적 시청자 수가 3,120만 명에 달했으며 월드컵 관련 방송이 1,631시간 18분 동안 방송되었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을 겨냥해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도 활발해진다. 자신들이 후원하는 국가가 월드컵에서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해당 브랜드의 광고 노출 효과가 크고 우승국의 경우 유니폼 등 관련 축구용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어 자국민만큼이나 후원 국가의 선전을 기대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32개국을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를 비롯해 8개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가리는 1라운드 대결에서는 아디다스와 에레아가 승리했다.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주요 대표팀이 모두 진출에 성공했고, 특히 진출이 불투명했던 아르헨티나가 예선 최종전에서 메시의 맹활약으로 러시아행 티켓을 따냈다. 아르헨티나가 탈락했다면 슈퍼스타 메시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유니폼과 축구화 판매가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중소 스포츠 브랜드 에레아는 아이슬란드 대표팀 한 곳만 후원한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6 유로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켜 에레아가 예상했던 유니폼 수요를 2,000% 넘겨 유니폼 매진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공으로 에레아는 후원 국가의 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월드컵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디다스의 최대 라이벌 나이키는 칠레, 네덜란드, 미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만큼 나이키 입장에서 미국의 탈락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푸마는 월드컵에서 4차례 우승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가나의 탈락으로 후원 국가 중 4개국만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푸마의 유니폼을 입은 국가가 8개국이었던 만큼 이탈리아와 가나의 탈락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근 2번의 월드컵에서는 아디다스가 완승했다. 2010, 2014 월드컵에서 연이어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국가 스페인, 독일이 우승했다. 심지어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은 독일(아디다스)-브라질(나이키), 아르헨티나(아디다스)-네덜란드(나이키)로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맞대결이었지만 아디다스 후원국이 모두 승리했다.

나이키는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인 ‘삼바군단’ 브라질과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을 통해 아디다스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잉글랜드 또한 충분히 4강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

나이키의 도전을 받는 아디다스는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극적인 진출에 성공한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메시를 비롯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은 월드컵 유럽 예선 전승,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건재함을 과시했고, 뢰브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으로 다소 침체기를 겪었다. 이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월드컵 유럽예선을 무패로 통과하며 러시아 월드컵에서 과거 영광을 찾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