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 영화의 수준은 일본 영화를 넘어서 아시아 최고 영화 시장으로 거듭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꽤 매력 있는 영화들을 선보였고 특히 멜로 장르에서 강점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일본 하이틴 멜로 영화 한 편을 추천합니다.
단순 명쾌하고 익숙한 스토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10년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자 고등학생과 타인과 단절된 채 외톨이로 지내는 남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다뤘습니다. 영화도 소설의 내용을 대부분 따라가며 소설의 세계관을 충분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영화 외에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소설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하고 원작자가 직접 각본에도 참여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애니메이션 작품에도 관심이 생겼다면 제가 이전에 업로드한 애니메이션 리뷰 포스팅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 리뷰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 리뷰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최근 몇 년 사이 대만 로맨스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일본 로맨스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일본 로맨스 애니메이션 중에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많은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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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원작 소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 명쾌한 구조로 연출했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남자 주인공이 과거 모교에 선생님으로 부임해 도서관에서 도서를 정리하는 업무를 배정받았고 도서관에서 여자 주인공인 사쿠라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내용이 흘러갑니다. 10년의 시간을 텀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점에서 사쿠라와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불치병을 앓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의 절절한 로맨스는 과거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서도 꽤 유행했던 기법입니다. 대표적으로 손예진과 조승우가 주연한 '클래식'이 있고 정우성이 출연한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보통 복잡한 영화적 기법을 보여주거나 심오한 메시지를 심어놓기보다 남녀 주인공의 관계와 감정을 심층적이고 깊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머리를 가볍게 하고 영화의 흐름을 쭉 따라가면 됩니다.
애니메이션 버전과의 차이점은 애니메이션에서는 고등학생 시절만 그리지만 영화 버전에서는 20대 후반이 된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10년 전을 추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버전에서 사쿠라의 절친 코쿄는 철저히 조연에 머물렀는데 영화 버전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아 꽤 비중이 있습니다.
사쿠라를 연기한 배우 하마베 미나미의 연기가 과장스럽지 않아 시청에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쿠라 캐릭터 특유의 처연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하마베 미나미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 영화 특유의 대사와 연출은 꽤 오그라 들 수 있는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의 의미
영화를 처음보다 보면 왜 제목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인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영화의 중반부를 지나게 되면 아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구나 알 수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 사쿠라와 남자 주인공 하루키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의 의미는 사랑 고백입니다.
먼저, 췌장을 먹는 행위의 의미는 사쿠라가 설명해줍니다. 옛날 사람들은 특정 신체부위가 아프면 타인의 신체부위를 먹으며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했다고 하루키에게 말합니다. 또한, 타인의 신체부위를 먹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자신과 함께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루키는 영화 막바지에 사쿠라에게 췌장을 먹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건강한 하루키가 사쿠라의 췌장을 먹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건강을 회복하려고 함이 아니라 두 가지 의미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신체 부위를 먹어야 하니 사쿠라의 췌장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며 사쿠라의 췌장을 먹으면 사쿠라의 영혼이 하루키 안에서 영원히 있을 수 있으니 사쿠라에게 평생 함께 하자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췌장을 먹고 싶다고 두 번 밝힙니다. 한 번은 초반부에서 둘의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농담으로 얘기했고 영화 결말부에 하루키에게 유언으로 췌장을 먹고 싶다 남깁니다. 사쿠라는 후반부에 가면 하루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하루키와 만나기 위해 짧은 인생을 살았다고 깨닫게 됩니다. 그만큼 자신의 삶의 이유와 목적이 하루키로서 완성된다고 생각했고 하루키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루키의 췌장을 먹으면 하루키의 영혼과 함께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키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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