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이후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지옥이 다시 한번 한국 드라마의 저력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넷플릭스 글로벌 시장에서 시청 1위를 기록했던 드라마 지옥의 리뷰를 전달합니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한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원작 만화를 소재로 만든 작품입니다. 원작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원작과 다른 캐릭터가 추가되거나 스토리 진행이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지옥은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를 대부분 계승했습니다.
지옥은 드라마 제작 이전에 네이버 웹툰을 통해 이미 연재되어 원작 만화의 팬이 다수 존재했습니다. 만화나 소설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팬들이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신과 함께는 원작 만화의 흥행 이후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주인공 진기한 변호사가 없어지면서 원작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상당했습니다. 물론 영화 개봉 이후 흥행으로 불만을 눈 녹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는 진경훈 형사의 아들이 딸로 바뀐 것과 결말 부분에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진경훈 형사의 자녀가 성별이 바뀐 것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원작과 다른 결말은 시즌 2를 예고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로 보여 개인적으로 원작보다 드라마 버전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드라마 지옥은 원작 팬들과 원작을 모르는 대중 모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의 설계자 정진수
드라마 지옥의 주인공은 단연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입니다. 총 6화에서 정진수는 후반부에 나오지 않지만 6화 내내 정진수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세계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죽은 날과 지옥행을 선고하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정진수는 사실상 시연을 세상에 알리고 새로운 세계를 설계한 사람입니다.
정진수 만든 세상은 공포로 이뤄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선고받는 지옥행을 신의 메시지라 대중을 현혹하고 선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수 있다는 공포로 대중을 통제하는 세상은 정진수와 새진리회 교단 이외에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정진수는 세상을 더 좋고 선하게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드라마를 쭉 따라가보면 정진수가 말하는 의도와 메시지는 모두 거짓이며 정진수가 만드는 세상의 대의와 결과는 모두 오롯이 정진수 개인만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진수는 삶을 지속할 의미를 찾지 못한 채 10대 시절을 보내다가 시연 선고를 받고 20년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공포는 정진수에게 삶의 목적과 의미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내가 왜 죽어야 하지"라는 생각은 "왜 나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로 확장하게 됩니다.
정진수는 억울했을 것 입니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왜 지옥에 가야 하는지 전혀 이유를 찾을 수가 없고 자신보다 악해 보이는 인물이 살아가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시연을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자신이 시연받은 이유를 찾지 못한 정진수는 본인이 자처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지경에 이릅니다. 진경훈 형사의 딸을 현혹해 살인 행위에 가담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지옥에 가는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단조로울 수도 심층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정진수라는 인물을 유아인은 꽤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내면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고 다소 정신 나간 듯한 인물은 유아인이 전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버닝에서도 유아인은 자신의 삶에 고민이 많은 종수라는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수의 모습이 정진수에게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즌 2의 방향은?
드라마 지옥에서 극 전개의 속도감은 박정자 캐릭터가 좌우합니다. 최초의 공개 시연자 박정자 에피소드 이전과 이후 드라마의 색체와 전개 속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박정자 시연 이전에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내리는 지옥행 선고로 인해 판타지와 스릴러 장르가 짙게 풍겨있다면 박정자 시연 이후에는 새진리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종교와 철학적인 색채가 짙게 풍겨집니다.
지옥 선고를 내리는 존재는 신으로 볼 수 있는지, 거짓이라도 사회 전체의 선을 행한다는 대의면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 등 평소 철학과 종교에 관심 있다면 더 딥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결말 부분에서 지옥의 방향은 다이내믹하게 변합니다. 신생아의 시연으로 새진리회의 권력은 사실상 무너졌고 시연에서 아기가 살아남으면서 지옥 시연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또한, 최초의 공개 시연자 박정자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옥 시연은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일 수도 있으며 박정자가 돌아왔다면 정진수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새진리회의 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신세계를 구축했던 정진수가 복귀한다면 다시 민혜진 변호사와 정진수 의장의 치열한 싸움을 시즌 2에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원작 작가인 최규석 작가는 시즌 2는 기획 중에 있고 드라마뿐만 아니라 웹툰 형식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원작 만화팬들도 시즌2를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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