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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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타임머신

by 박달타운 2020. 11. 28.

골목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이 작동한다.

 

요즘 들어 산책에 취미를 붙였다.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햇빛을 쬐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달라지는 동네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녹색이 짙던 가로수들이 노오란 낙엽으로 염색하기도, 가끔 찾던 동네 가게가 문을 닫기도, 언제 다 짓나 생각했던 건물이 차츰 완성되는 광경을 만나게 된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만 20년 넘게 살다 보니 동네 곳곳에 나만의 추억이 묻어 있다. 그래서인지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져있는 이 조그만 동네를 걷다 보면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백 투 더 퓨쳐' 주인공이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과거로 이동하듯 나는 골목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이 작동하나 보다. 골목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기억과 내가 있다.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조그만 집이 부끄러워 같은 반 아이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던 그날의 나로 돌아가기도.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와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그날의 나로 돌아가기도.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18년 만에 생긴 내 방에 누워 생경했던 그 날의 나로 돌아가기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이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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