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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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기생충과 하늘

by 박달타운 2020. 5. 9.

집 앞 풍경

 

최근에 기생충을 봤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에서 인물들 간의 계층 격차를 고도로 표현했다. 사는 공간과 인물 간의 동선에서 볼 수 있었는데 송강호 가족은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이선균 가족은 마당이 딸린 2층 전원주택에서 살았다. 사는 공간을 통해 인물 간의 고도차이를 준 것이다. 동선에서는 이선균 가족은 계단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 상승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는데, 반대로 송강호 가족은 이선균 집에서 몰래 파티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통해 하염없이 내려가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느낌이랄까. 기생충의 송강호 가족처럼 나도 반지하에서 10년 이상 살았었다. 반지하에서 보이는 풍경이라곤 옆집 콘크리트 벽과 위층으로 올라가는 세입자의 하반신뿐 이었다. 기생충에서도 송강호 집의 바깥 풍경은 취객의 노상방뇨 하는 모습이었다. 반지하에서는 하늘 보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하늘을 보는 취미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은 두 종류다.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는 짙푸른 하늘과 저녁 7시 즈음에 볼 수 있는 노을이 살짝 진 핑크빛 하늘.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나도 하늘 사진은 가끔 찍는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하늘을 찍으면 온갖 전선이 엉켜있어 온전한 하늘을 찍을 수도 볼 수도 어렵다. 집에서 한강이 보이는 '한강뷰'가 부의 상징이듯 온전한 하늘이 보이는 '스카이뷰' 도 부의 상징일까? 먼 훗날, 난 나만의 온전한 하늘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하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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